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전국 340개 여성·인권·시민단체로 구성된 ‘연예기획사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는 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의 의미와 쟁점을 논하는 토론회를 연다고 4일 밝혔다.
2011년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8)씨는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A양(당시 15세)을 처음 만났다. 연예기획사 대표임을 내세우고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A양에게 접근한 조씨는 만난 지 4일 만에 자신의 승용차에서 A양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시켰다. 이후 집안이 어려웠던 A양은 가출해 조씨의 집에서 지냈고 지속적인 가해를 당했다. A양이 출산 직후 빠져나와 조씨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기소된 조씨는 A양과 순수한 사랑을 나눴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1심은 그에게 징역 12년을, 2심은 9년을 선고했다. 15세 중학생이 부모 또래이자 우연히 알게 된 조씨와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관계를 맺었다고 수긍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014년 11월 대법원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A양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1·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진술보다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A양이 조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접견 서신에 ‘사랑한다’ ‘많이 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긴 점, A양이 보낸 메시지에 조씨를 ‘오빠’ ‘자기’로 호칭한 점, A양이 성관계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두 사람을 연인 사이라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판단을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지난달 9일 무죄판결을 내렸다.
공대위 측은 “이 사건을 판단한 법원의 무죄선고가 피해자 치유에 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건의 수사와 재판,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본 사건의 의미를 짚어보고 다양한 측면에서 쟁점과 대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6일 열리는 토론회는 “‘성폭력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이 선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다. 사회는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전국성폭력상담소 공동대표)가 맡는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의 경험과 맥락, 공대위 활동의 의미’를 주제로, 법무법인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변호인이 보는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을,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특성, 그루밍’을 주제로 발제한다.
이어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의 활동가 쥬리씨가 토론에 나선다. 마지막은 종합토론으로 진행된다.

<ⓒ2017 여성신문의 약속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단전재 배포금지>

1468호 [사회] (2017-12-04)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purm@womennews.co.kr)
<원문보기>
http://www.womennews.co.kr/news/128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