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강력범죄 관련 CCTV 영상이 방송에 여과 없이 보도되고, 빠르게 전파되면서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교회, 법조계 등 관계 전문가 대부분은, 분노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인천, 강릉, 부산 등지에서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폭행 등 청소년 강력범죄 소식에 청와대 홈페이지 ‘소년법 폐지 청원’ 추천이 26만여 건에 이르렀고, 국회에서는 강력범죄를 일으킨 경우 만 12살까지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소년 범죄 근절 3종 법률’에 관한 개정안이 6일 발의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석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성년자의 사리 분별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우리나라도 이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고민할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파악한 청소년 전문가 대부분은 소년법 폐지나 처벌 강화에 반대했다.

민변 교육청소년위원장 김영준 변호사는 “이미 2007년에 소년법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면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따라서 법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상태에서도 법 운용만 잘한다면, 현재 제도 안에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도 6일 SNS에 올린 글에서 “형량을 대폭 올리는 법안을 내면 돈이나 인력의 투입이 전혀 필요 없으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면서 "2005년 미국을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자취를 감춘 ‘청소년 사형 가능 관련 법안’이 한국도 이제 하나 나왔을 뿐 실제로 효과 있는 대책이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재련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집에 있는 게 힘겨워서 밖으로 나온 청소년들을 제대로 보듬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느냐. 소년법 폐지는 그 자체로 사회불안 요인”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2009년부터 여성 및 아동폭력피해 관련 법률 자문 활동 등을 해 오면서 2013년부터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국장으로 2년 일한 바 있다.

그는 “아동청소년 문제에 행위자든 피해자든, 아이들 부모가 모두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려면 국가나 사회가 형사처벌이라는 방법으로 아이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질 문제"라면서, "결국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먼저”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또 그는 “아동과 성인에 대한 접근 방식은 분명 달라야 한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할 것이라면, ‘피해자를 위한 국가의 책임’도 강화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미성년자 강력범죄의 경우, “국가가 보상 차원에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범죄피해자 보호기금법은 범죄피해자를 보호,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최근 인천, 강릉, 부산 등지에서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폭행 소식 관련해 여론이 모아지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소년법 폐지 청원’ 추천이 26만 건을 넘었다. (이미지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부산 정평위 김검회 사무국장(엘리사벳)은 “청소년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가정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소년 문제에 대해 부모나 가정 관리 등은 학교나 교회에서도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도록 법률을 만들고, 제도를 보완해야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형량을 늘리면 소년 범죄가 줄어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소년법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석현 의원이 발의한 '소년 범죄 근절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소년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 처벌하게 되는 '형사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이 현행 만 14살에서 만 12살로 낮아지고, 소년법을 적용하는 대상 연령의 범위도 현행 만 10-14살에서 만 10-12살로 줄게 된다.

7일 <YTN>에 따르면 북유럽 3개국은 한국보다 형사처벌 가능 기준나이가 높은 반면 영국, 호주는 10살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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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폐지 논란, 분노 아닌 성찰을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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