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동 국회의사당 본청.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필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나 그들이 일을 할 때의 방식,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대한민국 국회의 폭력적인 면모에 놀랐다. 그러한 폭력적 태도는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그들이 대하는 상대가 지역구 주민이든 언론이든 공무원이든지 간에 모두가 존중받아야 하는 국민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은 특권 의식을 내려놓길 바란다.

국회의원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국민을 대신해 입법 활동을 하는 공인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의원님들을 모실라치면 초긴장을 해야 한다. 행사장 좌석이 다른 의원보다 못하다고 항의하고, 귀빈 소개할 때 순서가 잘못돼도 어김없이 보좌진들이 항의해 온다.

정작 그들은 발표자, 토론자의 시간까지 잡아먹은 채 별 쓸데없는 축사를 늘어놓다 사진 찍고 휑하니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말이다. 행사장에서 축사만 하고 가버릴 요량이면 서면축사만 하고 행사장에 오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행사장에서 축사순서가 뒤에 배정됐다고, 좌석이 상대 의원보다 구석에 배치됐다고 항의하는 것은 너무 촌스럽지 않은가? 가끔은 구석에 있어서 더 빛날 수도 있다.

입법기관으로서 행정기관, 사법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헌법상 삼권분립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입법부와 우열 관계에 있지 않다.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대등한 협력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과 보좌관 개개인의 거친 언행이 문제가 된 사례들도 많지만,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 또한 많다.

공무원들은 몇 달 전에 잡힌 공식적인 행사 참석 일정도 국회에서 내일 회의한다고 연락 오면 전부 취소하고 국회로 달려가야 한다. 금요일 퇴근 직전에 전화해 당일 밤 10시까지 의원실로 자료를 보내라고 통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 아닌데도 이처럼 자료 요구를 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폭력과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다.

국회에서 행정부처 관계자가 참여해야 하는 회의 일정을 잡을 때는 상호간에 일정을 조율해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일정이 확정되고 그 일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예정된 국회 일정의 파행에 대한 책임이 국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부처 공무원들이 저녁시간이든 밤시간이든 국회에서 뻗치기를 하다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또한 반드시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20대 국회는 바뀌어야 한다.

인권을 고민하면서 정작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폭력 근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심장이 쪼그라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고 모욕을 주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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