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무리한 탓일까? 감기몸살이 더 심해졌다.

재채기, 콧물로 머리속이 멍해진 상태로 꼬마들 등교를 시켰다.

교문안으로 들어가는 녀석들을 뒤로한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애절한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한다, 헤어짐을 슬퍼하며 마치 세상이 끝난 듯 탄식한다.

스산한 늦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노랫가락이다.

피로하다, 쉬고 싶다, 삶이 너무 빡빡하다.....등의 생각에 취해 있었다.

그렇게 운전을 하던 중 작은 골목을 기어서 나오는 노인을 보았다.

하체가 없었다, 바퀴가 달린 나무판에 상체를 의지한 채,

시린 머릿속을 감추기 위한 듯 단촐한 모자를 쓰고,

시력이 좋지 않나보다, 안경까지 쓴 채 양팔로 땅을 짚으며.....

마치 거대한 파도속에서 홀홀단신 나룻배를 저어가는 듯했다.

아....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차를 멈춰야 하나, 돈을 좀 주어야 하나....

저 노인은 어떤 의지로 삶을 견뎌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무시한 듯 내 차는 그 보다 앞질러 대로를 향하고 있다.

백미러 너머에 있는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대로변에는 또 다른 군상들로 가득하다.

분주히 출근하는 사람들, 도로블럭 공사를 하는 사람들....

실연의 비탄을 읊조리는 노래속 주인공에게도, 세 아이를 키우느라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은
나에게도 저 노인에게도 시간은 공평히 주어졌다, 그러나 그 시간에 담긴 삶의 의미도 같을까?

삶이란 무엇일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더불어 사는 삶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을까?

며칠 전 외부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힘주어 말했던 문구가 떠 올랐다.

"따뜻한 세상, 따뜻한 삶을 지향합니다!"

다시 한 번 나를 점검해야겠다.

내 머리속을 점검하고 청소하고, 내 삶을 점검하고 청소해야겠다.

우리 모두 '나'만을 생각하지 말고,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훈훈해지지 않을까....

2015.11.19. 아침 출근길에 떠오른 생각을 글로 써보다.

김재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