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깨기

글쓴이: 변호사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작성일: 2015.9.16.

언론을 통해 성폭력사건에 대한 보도를 연일 접하게 된다. 지하철계단에서의 몰카사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성폭력을 당한 사건, 직장동료로부터 성폭력을 당해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사건 등 그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성폭력사건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성폭력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또한 다양하다. ‘옷 차림을 그렇게 하고 다니니까 사고를 당하지’, ‘여자가 밤늦게까지 술을 먹고 다니니까 그런 사고를 입게 되지’, ‘조용히 넘어갈 일이지 뭐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녀서 회사 망신시키고 한 남자 인생 망쳐놓는 것인지...’ 

 

성폭력사건을 접하게 되는 우리의 시선은 다양하나,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편견어린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성폭력피해를 입은 사람이 내 딸, 내 여동생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런 경우에도 위와 같은 목소리로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 특례법에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성폭력사건을 상담하거나 수사하거나 처리하는 사람은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노출하여 2차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위반하였을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으며, 언론기사를 통해 피해자가 사실상 특정되었을 경우에도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몇 년 전 나주에서 발생했던 고종석사건의 경우에도 언론이 가해자에 주목하기보다 피해자 및 그 가족, 피해자의 가정환경 등에 주목하면서 성폭력사건이 피해자측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인 냥, 피해자 집 내부까지 촬영해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피해아동 및 그 가족을 특정시켜 2차 피해를 일으킨 나쁜 사례가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가 성폭력사건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배려관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피해내용과 관련하여 다분히 호기심차원에서 접근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폭력사건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피해의 상세한 내용이 아니라 어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성폭력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인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체가 노력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단과 대안제시라고 생각한다.

성폭력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배려는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세심한 보호로 인하여 피해자가 겪게 될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에 대해 돌아볼 시기인 것 같다. 과도한 호기심 혹은 불필요한 의혹으로 내 누이이자 내 여동생일수도 있는 성폭력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폭력피해자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무게가 달라진다. 폭력피해자가 가족, 이웃, 사회, 국가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주변의 응원과 지지로 상처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폭력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그 첫 단추다. 끝. 

 

                               [퀸(Queen) 2015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