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얼마나 곱게 들어가는지 풍경을 살펴보고 싶은 가을날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오늘은 또 어떤 기사가 터졌나, 하는 두려움으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아니 이미 우리 마음속은 겨울이 와 버렸다.

알파고와 인간이 지능 싸움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 대한민국은 시간을 거꾸로 달려온 듯하다. 지난 12일 광화문 시민들 행렬을 보면서, 그들의 함성 속에 서 있으면서 슬펐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빨간 신호등 앞에 서 있다.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의도한 잘못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자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면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정직이 최상의 정책”이라는 서양 격언도 있다.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악함에서 비롯된 것이든 잘못된 행동이 드러났다면 사과해야 한다. 그 사과는 아무리 반복돼도 지나침이 없다.

상처 입은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했을 때 “미안하다고 할께” “미안하다고 했으니 됐지” “네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께”라고 대응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사과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과는 변명이나 해명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앞으로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표명이어야 한다. “이 정도 사과하면 받아들여야지….”라는 원망 섞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상처입은 상대방의 몫이지, 잘못해서 사과하는 사람의 몫이 아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로 환원해 보자,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지, 뭘 자꾸 얘기하라는 거야?”라며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발끈하는 경우가 있다. “당신이 용서해 준다면 사과할께”라며 거래를 하려는 경우도 있다. “한 번 사과했으면 됐지 얼마나 더 사과하라는 거야….”라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사과는 적선이 아니다. “미안하다”는 모호한 진술로는 잘못된 행동이 지워지지 않는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자기반성의 진술이어야 한다. 시시콜콜한 감정의 묘사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된 행동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진술이어야 한다.

사과는 거래 대상이 아니다. 상대가 용서해 준다면 사과하지만, 싸우려고 한다면 사과도 철회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사과의 허울을 쓴 자기구명에 불과한 것이다.

사과는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 번의 사과로 과거의 잘못이 불가역적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사과와 반성을 통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사과의 성과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사과는 상대방이 있는 행위다. 진정한 사과는 평화로운 미래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하다. 2009년 1월 미국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한 비행기 승객 155명 전원이 구조된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는 영화가 얼마 전 상영됐다. 영화의 주제어는 ‘타이밍’이었다. 기장의 현명한 판단과 신속한 실행으로 승객 전원을 기적적으로 살렸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한 타이밍에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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