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김성준

어느 프랑스 여성 이야기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고, 딸을 낳았다. 딸이 3살 되던 해 부부는 헤어진다. 프랑스 법원은 이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엄마를 양육권자로 정했다. 그런데 딸이 5살 되던 해 한국인 아빠는 프랑스에서 엄마와 살던 어린 딸을 몰래 한국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7살이 된 지금까지 아빠는 딸을 프랑스로 보내지 않고 있다.

2년 동안 아빠는 엄마와 아이의 소통을 차단했다. 그 기간 동안 아이는 프랑스 말을 점점 잃어갔다. 프랑스인 엄마는 “사랑해, 보고 싶어”라는 간단한 한국말로 딸과 소통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와 같은 소통마저 한국인 아빠의 일방적인 조치로 차단되기 일쑤였다.

이 소송을 1년 넘게 진행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그 상처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아동 보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국내 형사법 개정이 시급하다. 아동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 프랑스 여성 사건에서 프랑스 법원은 한국인 남성에게 ‘자의 인도거부죄’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자의 인도거부죄’란 ‘미성년인 자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는 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인도를 거부한 때에는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형법전에서는 자의 인도거부죄 외에도 이혼한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부양의무불이행죄’, 양육하는 부모가 면접교섭권을 가진 부모에게 이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주소변경 불통지죄’로 처벌한다.

공통점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가 이혼한 경우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의 기준으로 두고 어린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 경제적 안정을 저해하는 부모의 행위를 전부 범죄행위로 보아 엄격히 규제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국가와 법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자의 인도거부죄도, 부양의무불이행죄도, 주소변경불통지죄도 규정돼 있지 않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 과정에 아이들의 마음은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구겨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이 구겨지면 우리의 미래도 구겨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살면서 어린 자녀들을 돌볼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이혼은 부부의 권리일 것이나 이혼 후 자녀를 위해 협력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부모로서의 최소한의 의무다. 최소한의 의무마저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와 법이 단호하게 개입해 아이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가 이혼했을 때 엄마나 아빠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아이의 결정에 맡겨야 할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인 경우 부모는 법과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혼은 부부 관계를 원만히 정리하고 헤어지는 절차다. 죽기 살기로 피 흘린 후 상처투성이가 되는 전쟁이 아니다. 이혼 후 우리의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부모 된 자격으로 함께 정성을 기울여 키워야 할 어린 자녀가 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은 이혼한 부모의 최소한의 도리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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